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마지막 장면에 대한 생각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마지막 장면에 대한 생각

드라이브 마이 카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처음 든 느낌은 당혹스럽다 였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러닝타임이 약 3시간 정도 였는데 기존 3시간의 느낌과 마지막 장면의 느낌은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처럼 드라이브 마이카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궁금증과 여러 해석들을 찾아보고자 인터넷에서 글들을 검색해보신 분들이 많을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드라이브 마이카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저의 해석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야기의 공간이 바뀌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일본 히로시마 입니다. 물론 극의 전개상 중요한 장소인 훗카이도 지방도 다녀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본이란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죠. 영화 속 주요 소품인 자동차 역시 일본의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달고 있습니다. 

일본의 자동차 번호판

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공간은 한국 입니다. 물론 계산할 때 '포인트 적립 해드려요?' 라는 전형적인 한국 마트의 대사와 한국에서 판매하는 여러 제품들을 통해 공간이 한국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일본 내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한국 물건을 파는 한국 스타일의 마트'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공간적 배경으로 바뀐 것을 뒷받침 하는 증거는 바로 자동차의 번호판이었습니다. 기사로 등장하는 '미사키'가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차를 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때 영화 속 등장하는 붉은색 자동차는 그대로이지만 한국식으로 번호판이 변경된 상태로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미사키'가 이 차를 타고 운전을 하는 장면을 부감으로 잡는 장면이 한국의 도로 체계와 같습니다. 일본은 좌측으로 차량이 이동하지만 한국은 우측으로 차량이 이동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의 공간은 여태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졌던 공간과는 다른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뚝뚝한 미사키의 표정이 유일하게 환해지는 순간

운전기사 일을 하는 '미사키'는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으로 영화에 등장합니다. 기본 표정이 무뚝뚝하니 유일하게 그녀의 표정이 변할 때를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더라구요. '윤수'가 주인공 '가후쿠'와 운전기사 '미사키'를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장면에서 윤수가 기르는 반려견에 마음을 열어 웃는 표정이 나옵니다. 그 장면에서 등장한 윤수의 반려견이 마지막 장면에서 '미사키'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동승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운전을 하고 있는 '미사키'의 표정 역시 밝고 평온한 느낌을 줍니다. 

 

간극을 메우고자 하는 관객의 상상 

 

그동안 영화에서 봤던 설정이 갑자기 바뀌니 여러모로 관객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고 이것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고자 간극을 메우는 저마다의 작업을 합니다. 연식이 15년이 넘은 오래된 차량이다 보니 양도 받거나 싼 가격에 인수했을 수 있고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그 차를 가지고 와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미사키'일 수 있습니다. 윤수의 반려견은 어쩌면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원래 부산에서 살았던 윤수네를 따라와 그 곳에서 정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의지하고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미사키'가 윤수네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일을 하는데 그 날은 마침 마트에 장볼 것이 있어 같이 드라이브를 하는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장면의 운전자는 '미사키'가 아닐 수 있다

 

간극을 메우고자 하는 상상을 하다 보니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보는 여자주인공의 이름은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던 '미사키'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상을 통해서만 짐작할 뿐입니다. 어쩌면 3시간 동안 봤던 이야기와 따로 독립된 다른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영화 내에서도 서로 다른 서사가 서로 만나기도 하고 평행선처럼 진행됩니다. 주인공 역시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연출하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다른 이야기라는 가능성을 상정하고 생각해보면 결국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영화의 연출 의도로 이어집니다. 

 

영화의 주제 의식을 생각해보다

 

이 영화를 설명하는 소개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그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만나 삶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

 

삶을 살아가면서 받은 상처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회복하는 과정을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는 이야기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았다. 그럼 그 상처를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 상처는 치유해야 한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서 외부 세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회복될 수 있도록 개입을 해야한다. 덮어두기만 했던 '가후쿠'도 결국 그 상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극복과 회복하는 연극의 장면으로 그것을 표현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또 다른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삶은 계속된다. 한 번 상처 받았다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계속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이겨나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런 영화의 주제의식을 생각했을 때 마지막 장면이 이해가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중요한건 주인공의 이름이 아니다. 운전을 하고 있는 여자 주인공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 형상화 된 것이다. 공간의 분리를 통해 영화 속 이야기와 마지막 장면의 이야기를 분리시켰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있던 공간과 다른 공간을 살아가는 관객 여러분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감독의 메시지라고 해야할까.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관객 여러분도 상처를 받거나 혹은 그것 때문에 힘들어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것을 극복하고 회복한 것처럼 여러분의 인생에서도 극복과 회복이 있기를 바란다. 관객 역시 자신의 삶을 운전하는 운전자이고 저마다의 차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드라이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 속 주인공은 자신의 집으로 향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도 집으로 향하겠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갈 관객을 응원하는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