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돈 룩 업' 리뷰 - 이 영화를 보기 전 꼭 체크해야 할 포인트 4가지

돈 룩 업 Don't Look Up

내일이 만약 지구의 종말이라면?


넷플릭스에서 2021년 12월에 공개한 아담 맥케이 감독의 '돈 룩 업'을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로그 라인은 '지구로 날아오는 거대한 혜성을 목격한 과학자들이 진실을 외치지만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zZaH7ENAkoY

돈 룩 업(Don't Look Up) 공식 예고편

1. 이 영화의 장르를 이해하세요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 아시겠지만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고 있으며 혜성은 지구의 모든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을 만큼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돈 룩 업'은 '재난 영화'입니다.

사실 재난 영화를 관전하는 포인트는 재난 그 자체가 아닙니다. 재난은 어디까지나 극 중 설정, 상황입니다.

재난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재난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이 반응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적인 연출로 크게 2가지 부분을 기억해두시면 좋을 거 같아요.


첫 번째는 샷의 사이즈입니다.

강박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클로즈업' 샷들과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들이 자주 보입니다.

가령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대사는 A가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B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표정이나 반응을 보여준다거나 대화를 듣고 있는 손이나 발의 모습을 통해 인물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작품을 볼 때 지금 인물의 심리 상태가 어떨지를 계속해서 체크하며 보면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예고편에서도 출연하는 배우들이 '아카데미 수상자' 혹은 '아카데이 수상 후보' 이런 이력들을 붙이는데 그만큼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동력이 인물의 반응, 리액션, 표정, 감정이다 보니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을 넷플릭스의 자본(!)으로 화려하게 섭외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카메라의 렌즈를 이용한 심도 표현인데요.

심도와 초점을 조정하여 특정 인물은 초점을 맞추거나 혹은 초점을 날려 감독이 해당 장면에서 중요한 부분, 인물, 대사를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영화 후반부에 주인공 일행이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노래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주는데 사실 그렇게 중요한 정보는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상황에서 주인공 인물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것을 알 수 있었던 건 카메라의 초점이 바로 옆 조수석에 앉아 있는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에 얼굴에 맞춰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오디오가 있는 곳에 비디오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원칙이에요.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사람이 운전석에 있는데 카메라의 초점은 조수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비춘다. 그렇다면 그 샷에서 중요한 건 운전자의 이야기가 아니고 조수석에 앉아 있는 사람의 표정입니다. 표정을 통해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파악하는 게 감독의 의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돈 룩 업'을 보면서 샷에서 카메라의 초점이 어느 인물에 맞춰져 있는지를 체크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2. 미디어와 정치에 대한 풍자 코미디, 그래서 '정말 무서운 재난영화'


감독의 이력을 알아두면 이 영화를 볼 때 좀 더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나 극본을 쓴 '아담 맥케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TV 코미디 쇼인 'SNL'의 수석 작가 출신입니다.마블의 <앤트맨> 극본을 쓴 경력도 있고, 2015년에는 '빅 쇼트'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에서 각색 부문 수상 이력이 있습니다.
https://youtu.be/iaFY62uxq_c?t=93


봉준호 감독님과 HBO 버전의 드라마 '기생충' 제작에 참여하는데 파일럿 에피소드, 전체 스토리라인, 구조, 콘셉트를 모두 아담 맥케이 감독이 작성했다고 봉 감독님이 직접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smlounge.co.kr/arena/article/48455

봉준호의 신작

봉준호를 만났다. 그의 일곱 번째 장편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많은 것을 이뤄낸 이후 처음이다. 과거의 이야기보다는 미래를 그려보기로 했다.

www.smlounge.co.kr


그만큼 각본에는 강점을 보이고 있는 감독인데 정치와 미디어를 풍자한 블랙코미디*를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블랙코미디 : 잔혹함, 부조리, 자학, 절망, 죽음 등과 같은 어두운 소재,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소재를 과장하거나 익살스럽게 풍자하는 유머를 일컫는 말)

'아담 맥케이' 감독이 미디어 쪽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 보니 이 작품에서도 통찰력이 있는 풍자가 돋보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이는 극 중 상황에도 어김없이 적용해볼 수 있는데요.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여주고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경고하여도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주인공 일행이 도움을 요청한 국가권력은 오히려 그들의 입을 막으려 하고 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인기 있는 TV 토크쇼에 용기를 내 출연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그들을 조롱합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지한 접근과 진실은 외면당하고 가볍고 원초적이고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들만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 묘사됩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가 권력은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혐오를 조장하여 그들의 증오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죠. 그래서 이런 생생한 묘사들이 현실과 닮아있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정말 무서운 재난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3. 기후변화를 암시하는 혜성 충돌


영화를 보는 내내 떠나지 않는 생각은 극 중 혜성 충돌의 상황이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는 '기후 변화'와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전문가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경고하고 행동을 촉구하여도 그 필요성은 느끼지만 정작 경제적인 이유와 편의성 때문에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니 머리로는 '이거 위기래'라고 하여도 그저 가볍게 치부해버리고 말죠.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기후 변화'를 대입해보니 공감이 가더라고요.


그리고 이 영화가 왜 '기후 변화'를 암시하는지는 주연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행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쉽게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평소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행동을 추구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고 1998년에 이미 비영리 환경 단체 디카프리오 재단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있고 2014년 UN 기후변화 정상회의 개최식에서 연설을 하고 평화대사에 임명되는 등 환경운동에 적극 앞장서고 있습니다.

'돈 룩 업'과 관련한 넷플릭스 공식 인터뷰 영상에서도 디카프리오는 직접 '기후 변화'에 대한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 하며 공식적으로 이 영화를 ‘기후 변화'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AuHvV5Y8Thk


그래서일까요.
오히려 저는 '돈 룩 업'을 보고 기후 변화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디카프리오가 환경에 대해 던진 진지한 메시지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그가 연기한 '랜들 민디 박사'가 TV 토크쇼에 나와 절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영화 자체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에 나와 기후변화를 막는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라고 절규하는 호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4. 내일이 만약 지구의 종말이라면?


당장 내일이 지구의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영화는 그런 혼란에 빠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더 나아가 지구 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들도 함께 보여줍니다.

감독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룬 부분은 주인공 일행들이 마지막에 보여준 모습이었습니다.

미움과 원망이 있던 마음은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고 이를 더 큰 사랑으로 품어주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했고 서로 감사했던 일들을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손을 잡고 기도하던 장면들이 참 와닿았습니다.

극 중에서 '랜들 민디 박사'는 혜성이 충돌한다는 것을 알린 이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경험들을 해 본 인물입니다.

모두가 출연하고 싶어 하는 TV 토크쇼의 정규 패널로 나오기도 하고 잡지 모델에 SNS 구독자가 25만 명을 넘어가는 셀럽이 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런 허수가 아닌 옆에 있는 가족과 동료였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좋아요와 인기보다는 바로 옆에서 손을 잡을 수 있고 나를 더 잘 알고 믿어주는 사람이 더 소중함을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